“아… 배고파…. 여긴 어디 지…?”
에스떼는 오늘도 동심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있다.
“어! 놀이터다! 여기라면 아이들의 동심을 먹을 수 있을 거야!”
희망에 찬 에스떼는 놀이터를 향해 힘든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.
“이상하다... 왜 아무것도 없지…?”
그러나 에스떼의 희망은 놀이터에 도착하자 절망에 빠졌다.
“분명 잠에 들기 전에는 놀이터에 동심이 가득했는데… 왜 아무것도 없는 거지?”
언제나 꿈과 희망, 그리고 동심으로 가득 채워져 있던 놀이터는 삭막하게 변해 있었다.
“이럴 순 없어… 그럼 내가 잠에 들기 전에 나에게 동심을 가득 채워 줬던 친구들은 어디에서 뭘 하는 걸까…?
웃음 소리와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던 놀이터는 이제 없는 거야…? 흑…흑…”
에스떼는 절망에 빠졌다.
동심과 행복,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던 놀이터는 끼익 끼익 빈 놀이기구의 소리로만 가득 채 워져 있었고,
더 이상 잠에 들기 전 알고 있었던 놀이터가 아니었다. 그때 에스떼의 눈에 지나가던 한 아이가 들어왔다.
“그래! 아이들이 잠시 쉬러 갔었나 봐! 아이야! 이리 와서 나와 같이 놀지 않을래?”
에스떼를 한번 쳐다본 아이는 무엇에 집중하듯 손에 들고 있는 작은 물체에 시선을 옮겼다.
그 물체에서는 끊임없이 말소리가 들렸으며, 마치 불꽃놀이 같은 번쩍임이 쉴 세 없이 보였다.
가만히 보니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아이, 어른 할 것 없이 그 물체를 들고 보고 집중하고 있었다.
에스떼에게도, 놀이터에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.
“왜…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거지? 저 조그마한 물체가 뭐 길래 나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 거야?
안되겠어. 따라가 보자!”
에스떼는 처음 자신에게 눈길을 준 아이를 조용히 따라가 보기로 했다.
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던 아이는 어떤 건물 앞에서 한숨을 푹 쉬더니 터덜 터덜 들어갔다.
시선을 위로 옮기니 에스떼가 이해할 수 없는 네모난 무언가 가 가득 차 있었다.
그 무언 가에 동일하게 적혀 있는 단어가 있었다. “학원”.
학원이라는 단어가 동일하게 적혀 있다는 것을 느낄 때쯤 다른 아이들도 그 건물로 들어갔다.
다들 한숨을 쉬고, 우울한 표정으로 건물에 들어갔다.
“학원이 뭐 길래… 아이들이 저렇게 우울해하면서 들어가는 걸까?
놀이터에도 들리지 않고 말이야. 들어가 봐야겠어.”
에스뗴는 아이들을 따라 ‘학원’이라고 적혀진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. 건물의 안은 아주 삭막했다.
앞뒤로 꽉 막힌 공간에 여러 명의 아이가 따닥 따닥 붙어서 무표정하게 책만 보고 있었다.
그 곳에는 동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았다.
“안돼… 아이들은 동심과 상상력과 웃음으로 가득 차야 한단 말이야! 예전에 나에게 동심을 주었던 아이들은
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찾아가 봐야겠어!”
에스떼는 건물을 나와 긴 잠에 들기 전 자신에게 동심을 주었던 친구를 찾아가 보았다.
“오랜만이야 아이야! 나 에스떼야! 잘 지냈니? 너는 많이 컸구나!”
“안녕 에스떼! 오랜만이야 근데 나는 지금 일을 하러 가야해서… 미안한데 다음에 이야기하자! 안 녕!”
“어..? 어! 알았어! 잘가….”
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바쁘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어디론가 휙 가버렸다.
다른 친구들도 만나 보았지만 다 같은 반응이었고 이전에 친구의 마음에 가득 채워져 있던 동심은
친구의 마음 한 구석에 조그맣고 희미하게 자리 를 잡고 있었다. 이상했다.
“분명 동심이 있는데… 있는 걸 봤는데… 왜 구석으로 치워둔 거지? 동심은 중요한 건데…
상상력과 동심으로 가득 채워져 있던 내 친구들이 이상해졌어…”
에스떼는 이 이상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. 왜 아이들의 마음 속에 동심이 자리잡을 수 없는지,
옛 친구들의 마음에 가득 채워져 있던 동심 이 마음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를 말이다.
하지만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.
다시 돌아온 놀이터에 홀로 앉아 있던 에스떼에게 한 여자가 다가왔다.
“안녕? 너는 누구니? 왜 놀이터에 혼자 앉아있어?”
“안녕… 나는 에스떼라고 해. 나는 동심을 먹고 사는 곰이야. 그런데 놀이터에 가봐도, 아이들을 따라 가봐도,
예전에 같이 놀았던 동심 가득했던 친구들을 찾아가 봐도 동심을 찾을 수 없어…”
“그래서 그렇게 풀이 죽어서 혼자 앉아 있었구나! 에스떼, 아이들과 친구들은 동심이 없는 게 아 니야.
동심은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있지만, 동심을 꺼내 놓기 어려운 거야. 예전과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거든.
에스떼, 네가 다시 친구들의 동심을 꺼내 보는 건 어때?”
“그렇구나… 그래! 내가 친구들의 동심을 찾아 주겠어!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,
아이들의 동심을 찾기 위해 전 세계 많은 친구들을 만나서 동심을 찾아줄 거야!
너의 말 덕분에 내가 해야 할 일 을 알았어! 고마워!
언젠가 너도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동심을 꺼낼 수 있게 도와 줄게! 안녕!!"
그렇게 에스떼는 동심을 찾아 떠났다.
얼마나 걸릴지,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르지만
친구들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동심을 찾아주겠다는 마음 하나로…